[Ours] 2 ; 존버 김대익 대표_"노력해야 이루어지는 게 진리, 마법따윈 없다"

“가디언 MK5를 입고 수영이 23분 4초가 나왔어요. 20대 때도 안 나오던 수영 기록이죠.”

지난 5월 열린 ‘대구광역시장배 전국 철인3종 대회’에서 수영 최상위급 기록(1.5K 표준거리)을 낸 주인공은 존버스포츠의 김대익 대표였다. 존버스포츠는 2017년 창립된 트라이애슬론 전문 브랜드로 현재는 특정 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러닝, 트레일런 등 다양한 스포츠 제품군을 아우르고 있다. 창립자로서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고 직접 입으며 누구보다 살아있는 마케팅을 보여주는 김대익 대표는 어떠한 ‘존버’ 전략을 펼치고 있을까? 데얼스가 직접 존버스포츠의 문을 두드렸다.

Part 1_존버의 시작

존버스포츠를 처음 들었을 때 독특한 브랜드 이름 때문에 대다수가 뜻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다. 흔히들 장난삼아 얘기하는 ‘오래 버틴다’의 뜻일까? 이에 김대익 대표는 단편적으로는 맞지만, 본인의 가치관을 투영한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엑스테라 웻수트를 수입했었어요. 당시 엑스테라의 슬로건이 ‘Live more’여서 ‘더 길게 생존해!’였었죠. 이를 한글로 잘 표현하고 싶어서 나온 게 ‘존버’예요. 이 단어가 비트코인과 관련해 많이 쓰이는데 저는 아예 반대 성향을 가졌거든요.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담아내려는 일확천금 따윈 없다고 생각해요. 노력을 기울이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얻어가는 게 인생의 진리인데 한동안은 그러한 과정을 폄하하는 것들이 심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철인 3종이라는 종목을 통해 이 브랜드로써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냥 단순히 버티는 게 아니라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연습해야 한다고, 마법은 없다는 걸 말이죠.”

유쾌한 브랜드명에는 단순한 의미보다는 김대익 대표의 철학이 깊게 담겨있었다. 이름 하나도 쉽게 짓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투영해서 지은 배경에는 철인 3종에 대한 그의 애정이 있었다. 존버스포츠가 창립될 당시 철인 3종은 비인기 스포츠인데도 김대익 대표는 ‘망할 거면 하고 싶은 걸 하다가 망하는 게 맞다’라는 믿음으로 ‘존버’를 탄생시켰다.

“즐거움이 없으면 따라갈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고등학교 때 성적에 맞춰 기계공학을 전공하여 대학에 갔어요. 1학년 땐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왔지만 2학년 때부터는 재미가 없으니까 따라가지 못하겠더라고요. 하고 싶은 마음도 없으니까 계속 뒤처지는 것 같았죠. 사실 학교가 싫어서 도망치듯 도전한 게 철인 3종이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설악 철인3종 대회’로 이 스포츠에 머리를 올렸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다 보니까, 물은 너무 차갑고 심장은 너무 뛰는데 그 상태로 사이클, 런까지 해야 하니 내 몸이 살려고 에너지를 막 내뿜는 거예요. 그때 느껴지는 짜릿함을 잊을 수 없어요. 그걸 기점으로 학교를 아예 나가지 않고 이 운동을 잘하기 위한 고민만 했어요.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서 창룡이형(전 수영선수, 현 수영코치)을 소개받고, 그냥 완전히 몰입해 있었어요.”

대학교 때 우연히 시작하게 된 철인 3종이 그에겐 대학 시절 내내 도피처 역할을 해줬다. 직접 철인이 되어 철인 3종 전문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물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미즈노를 거쳐 이랜드에 입사해 뉴발란스 마케팅팀에 들어갔다. 전공과는 무관한 분야였기에 공부와 일을 병행할 수 밖에 없었다. 매일 7시에 출근해 1시간 독서 후 그에 대해 다 같이 토론하고 이를 실무에 적용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마라톤 대회를 기획하는 등 본인이 좋아하는 스포츠로 실무가 이뤄졌기에 그다음 날 오후 3시에 퇴근한 적이 있을 정도로 업무에 매진할 수 있었다고 했다. 동시에 다시 한번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라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고 밝혔다.

 “저빼고는 다 서울대, 연고대 친구들이었어요. 근데 그 친구들에게 이 일은 그저 ‘일’에 불과했어요. 대학교때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어요.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죠. 그걸 보며 단순히 사회적인 시각으로 보이는 좋은 게 정답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 한다고 크게 느꼈어요.”

이러한 가치관이 세상으로 발현된 것이 존버스포츠였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알리기 어려웠기에 김대익 대표는 난항을 겪었다.

Part 2_요행없이 공식대로

“2017년 퇴사를 했어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니까 저에겐 생존의 문제였죠. 창업을 한다는 게 당연히 쉽지 않기에 망할 거라는 전제가 무조건 있었는데 어차피 망할 거면 좋아하는 걸 하기로 선택했죠.”

존버스포츠를 탄생시키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했다. 그래서 김대익 대표는 ‘베넘’이라는 ufc 브랜드를 수입해서 팔며 재원을 마련했고, 쿠팡이츠 배달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알바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며 애지중지 존버를 키웠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스포츠 브랜드가 없어요. 스포츠 브랜드는 10년을 투자해야 성공하는데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없다 보니 빠른 투자와 빠른 결과만을 원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만든 거예요. 요행은 없다, 공식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요.”

“처음으로 돈을 막 들여서 시작하면 망할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단계별로 영역을 확장해 나간 거죠. 마케팅 비용이 아예 없으니까 전단지를 제작해서 올림픽공원 수영장 주차장 같은 곳을 찾아가 와이퍼에 꽂고 경비 아저씨가 쫓아오면 도망치고 그랬어요.(웃음)”

존버스포츠는 올해로 9년 차를 맞으며 더 이상 신생 브랜드가 아닌 주요 트라이애슬론 전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존버 제품의 눈에 띄는 특징은 타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대를 자랑한다. 실제 웻슈트와 경기복을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했을 때, 약 1/2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상대적으로 구매하기 부담이 적은 이점으로 입문자들에게 친숙히 알려져 있다. 이처럼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비결에 대해 김대익 대표는 누구든 공정하게 제품을 살 수 있도록 그 외의 지출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단 저희는 마케팅을 안 해요. 선수 협찬이나 지원도 일절 없고 지인 판매도 없어요. 신제품이 나오면 실착 피드백을 받기 위해 극소량 제공해 드리는 게 아니면 절대 그냥은 드리지 않아요. 누가 사든 공평하게 판매하고 싶거든요.”

김대익 대표는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게 단순히 비싼 제품을 파는 브랜드가 아니라 ‘지불하는 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 주는 브랜드’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들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고, 조금이라도 더 절약하기 위해 모든 부분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저희가 신제품만 내는 게 아니라 기존 제품들도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어요. 성능은 높이되 가격은 건드리지 않고 있어요. 디자인도 직접하고, 최대한 발로 뛰어다녀요. 출장 가도 제일 싼 비행기를 타요. 우리가 고생하면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 수 있거든요.”

Part 3_한계를 밀어내는 도전을 나누다

존버스포츠는 계속해 새로운 도전을 펼치며 이를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린 ‘쉬엄쉬엄 한강3종 축제’에서 저렴한 가격에 렌탈 서비스를 진행했다. 본 행사를 위해 그는 800~1,000벌의 웻슈트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처음 서울시에서 제안이 들어왔을 땐 고민이 많았어요. 저희에게 수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시간도 타이트했거든요. 하지만 서울 시민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라는 취지였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합해 재고를 준비했고, 행사도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국내에서 활동뿐만 아니라 올해 2월부터는 미국에 첫 수출을 시도했다.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함이었다. 트라이애슬론이라는 종목이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욱 활성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더 넓은 시장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도전을 펼쳐갈 계획이다.

“기존에는 고객의 필요로 사 갔던 체육사의 느낌이었다면 원래 하고 싶었던 우리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미국에서는 올해 10-~11월에 캘리포니아 대회에 부스를 운영하려고 문의를 해놨고, 내년 3월 8일 LA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에요.”

존버스포츠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에는 본격적인 해외 활동과 더불어 브랜딩과 마케팅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서 끝까지 나아가는 것, 김대익 대표의 목표는 오직 그뿐이라고 말했다.

“우리 목표는 사실 거창하지 않아요. 하루살이처럼 나의 목표로 가기 위해 ‘오늘’할 수 있는 일들에 전념하는 거예요. 존버가 외국 시장에 도전하는 것도 누가 보면 분수에 맞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우리가 먼저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일 수 있는 도전을 하면서 성취를 이루어가는 걸 보여주고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같이 해요, 같이 성장해요’ 이런 마음으로요.”

브랜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마치 사람처럼 계속 성장을 한다. 그 때문에 김대익 대표는 존버스포츠도 계속 새로운 도전, 한계를 밀어내는 도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도전하는 자들의 자축파티도 열고 싶어요. 각자만의 사연이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앞으로 밀고 나가는 열정과 의지를 나누는 거죠.”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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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달 전

    와... 이런 멋진브랜드였군요...
    이번에 쉬엄쉬엄한강축제에서 다들 존버입고다니시던데... 완전 반가워요🎉🎉